한재림 감독의 12부작 넷플릭스 시리즈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컨셉이지만 <더 에이트쇼>만의 색다른 매력이 있어 저는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요,
각층의 인물들이 원작과는 조금더 순화(?)되어서 결말까지 관람했을 때,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호불호가 있는 영화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정주행한 영화로,
선정적인 장면은 거의 없구요, 파격적이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잔인함이 등장하고, 고문장면이 조금 보기 어려웠습니다. (건너뛰기 기능 사용함)
<더 에이트쇼>에 등장인물과 원작과의 차이점, 결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스포주의)
The 8 Show (더 에이트 쇼) |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youtube.com)
<더에이트쇼>는 시간을 돈으로 사겠다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게임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 각 층에 거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총 8층으로 되어 있는 공간은 계층의 존재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계급을 만들어냅니다. 각 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간군상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처럼 보여지는데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욕망과 좌절이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3층 - 류준열(배진수)
아는 선배의 말에 유혹되어 투자한 것이 잘못 되면서 큰 빚더미에 오르는 인물입니다. 사채까지 끌어쓰는 바람에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협박도 받는데요, 자살하려던 순간에 쇼에 참가하게 됩니다. 소심하고 자신감없는 인물로 나오는데, 초반에는 브레인인 박정민과 의기투합하며 돈을 잘 벌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지막에는 이 잔인하고 미친 쇼를 끝내기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원작 웹툰 작가의 이름과 같은데요, 이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합니다.
8층 - 천우희(세라)
가장 위층인 8층에 거주하면서 자기에게 배달된 식사를 아래로 내려주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계급을 상징하며 권력을 휘두르기 원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면서도 손해보는 일은 안하고 싶어하는 얄미운 인물입니다. 누가봐도 욕하고 싶어지는 재수없는 스타일 있죠? 천우희는 목소리에서 말투까지 연구했는지, 밥맛없는 스타일을 아주 맛깔나게 연기했습니다.
영화 후반에 예전에는 촉망받는 예술가였지만, 인기가 추락하며 외면받는 행위예술가가 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성공한 동창들의 전시회장 앞에서 기타를 들고 행위예술을 할 때, 사람들이 동전을 두고 가는 모습을 보며 비참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왜 이 쇼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웬툰에서는 망한 재벌딸로 나옵니다.
7층 - 박정민(필립)
모인 사람들 중 가장 합리적이고 똑똑한 브레인으로 나오는데요, 사람들은 박정민의 이야기를 잘 따릅니다.
박정민은 영화감독으로 삶을 반영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흥행과 돈이 연관된어있는 영화산업에서 제작자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는 철저한 '을'의 계급을 사는 인물로 나옵니다. 원작에서는 망한 벤처사업가로 나옵니다.
2층 - 이주영(춘자)
정의감이 있고 씩씩한 여장부 스타일의 이주영은 정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구요, 다리가 불편한 1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희생하기도 하는 선한 인물로 나옵니다. 끝까지 선한 약자 쪽에서 야비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택배기사로 동료의 병원비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게 되어 쇼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배우 이주영은 이충현감독의 단편영화 <몸값>에서 여고생역을 맡은 배우로,
<독전>에서도 농아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 눈도장을 찍은 배우입니다.
6층 - 박해준
거칠고 투박한 조폭같은 느낌의 인물인데요,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나옵니다. 과거에는 야구선수로 활동했지만 폭력문제로 인해 퇴출된 인물입니다. 박해준 배우가 거친 이미지를 너무 잘 소화했습니다. 8층과 로맨스가 있는 듯 했으나 감정적인 로맨스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1층 - 배성우(상국)
다리가 불편해서 당연히 1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8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무조건 돈을 모아야한다고 하며 이 쇼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인물입니다. 계단오르기가 시간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간을 정해서 계단을 뛰는데 다리가 불편한 그는 똑바로 그 일을 채울 수가 없었죠. 그래서 사람들의 배변봉투를 받기로 결정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방을 화장실로 명명해버린 거예요. 양심적이지요.
원작에서는 성범죄자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철저하게 약자로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서커스단 단원으로 아픈 딸을 둔 가장으로, 아이의 병원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슬픈 사정이 있습니다.
4층 - 이열음
중간층에 거주한 이열음은 손해보고 싶지 않아 모든 선택들에 자신의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인물입니다. 조용하고 소극적일 것 같은 어린 분위기와 작은 목소리로도 자기 의견을 어찌나 또박또박 이야기하는지, 한대 때려주고 싶은 얄미운 인물인데요, 8층 언니의 비위를 맞추며 시녀노릇도 마다하지 않지요. 아이돌 지망생이었지만 백화점 주차장 알바를 했는데 주차장에서 동창들을 만나며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8층 언니의 갑질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5층 - 문정희(문정)
가장 약하고 착한 인물로 나오는데요, 갑과 을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은 선함을 간직한 인물로, 백치미도 느껴지구요, 사기당하기 쉬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에서도 돈많은 남편이 있는데도 허전함을 채우지 못해 제비에게 재산을 날린 여자로 이혼 위기에 있습니다. 원작에서도 유사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착한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동물학대를 하는 싸이코패스로 나옵니다.
<더에이트쇼> 결말
원작에서는 cctv를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끝납니다.
8명 계층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컨텐츠를 누군가는 관람하고 있는 <더에이트쇼>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부조리할 때 더 큰 시간이 선물하는 관람객의 본능이 끔찍하게 느껴지는 이 쇼에
환멸을 느낀 류준열은 cctv를 모두 없애버리기로 합니다.
애초에 계급과 분열이 발생하자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이 나뉘게 되고, 하층계급이 반란을 통해 상층계급을 제압하지요.
그리고 하층계급은 이 쇼를 끝내기로 하고 시간을 소비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이 쇼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그런데 다음날 아침 시간이 늘어나 있습니다. 바로 누군가가 어떤 컨텐츠를 발생시킨 것이지요. 바로 1층이었습니다.
8층으로 올라가고 싶었던 그는 방을 바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10억을 모으면 된다는 것이었지요. 10억을 모은 날, 하층계급의 사람들은 1층에 다같이 모여 그 순간을 함께합니다. 그런데, 10억은 방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종이 한 장이 왔을 뿐, 실제로 방을 바꾸기 위해서는 3200억이 필요했습니다.
절망한 1층은 더 자극적인 쇼를 위해 자신을 던져버립니다. 외줄타기를 하다 추락하고 불에 붙어 사망하고 맙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현실세계로 왔지만 그 안에서의 수면고문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류준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실과 가상이 혼란스러운 삶에서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의 삶을 살아내는 것. 1층의 장례식을 치뤄주기로 하며 커다란 현수막을 내거는데요,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 모두 자신의 현실로 돌아가며 결말을 맺습니다.
하룻밤의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극적이고 무모한 이쇼를 통해 욕망과 자극을 돈으로 사는 권력과
그 돈을 얻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약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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