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의 길, 혜린의 길
유신철폐를 외치는 대학가의 모습이 첫 장면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의미로 학생운동에 가담하면서 교실은 텅텅비었고, 시험거부도 부기지수다. 그 속에서도 우석은 꿋꿋하게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른다. 수업거부를 투표로 결정했는데 왜 시험을 치르는지 묻는 학생들에게 우석은 대답한다. 우석은 자신이 다짐한 삶을 우직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세태에 흔들리지 않는다.
왜 안 되죠? 왜 반대를 하면 안 되죠?
반대를 용납하지 못하는 건 독재라고 배웠는데요.
-2부 우석의 대사
경제학과대표와 이 사회와 엘리트코스에 대한 비판적이고 염세적인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 혜련(고현정)의 담배피는 여학생을 때린 남학생에게 도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따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스럼없는 혜련의 모습에 우석은 끌린다.
어느 날, 사복경찰들에게 쫓기던 혜련을 우석이 도와주게 되고, 둘은 통성명하며 친해지게 된다. 동생이 많은 가난한 고학생이라고 말하는 혜련을 우석은 살뜰하게 챙겨준다. 혜련은 자신의 아르바이트를 내어주고 택시 운전일을 하는 우석에게 화를 내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둘은 서로 애틋한 사이가 된다. 우석은 혜련의 학생운동을, 혜련은 우석의 공부를 서로 걱정하면서도 인정한다.
1968년 가을, 어린 우석의 이야기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땅을 사러 온 업체 사람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우석 아버지 박만석. 아들에게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버지의 도리라는 곧은 생각을 가진 분이다. 동생 영석보다 장남 우석을 잘 키워 나라에 쓰임받는 인물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는 자신의 소신대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농사일을 하며 가정을 일군다.
세상은 옳은 게 있고 그런 게 있는 것이여.
옳은 건 백 년 가도 옳고 그른 건 천 년 가도 그른 것이여.
-2부 우석의 아버지 대사
우직한 아버지 삶을 배우는 우석
농협에서 산 비료가 사람들의 계략으로 절도물건이 되어 버리고 우석의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 간다.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우석은 어른들을 찾아가지만, 권력에 회유당한 어른들은 말을 바꾼다. 결국, 아들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우석의 아버지는 땅을 파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고향을 떠나게 된다.
네가 판사가 되면 억울한 사람들 돌봐줄 수가 있을 것이여.
할 수 있겄냐?
애비는 배운 게 없응게로 더 해줄 말이 없다.
학교에서 배운대로만 혀.
-2회 우석 아버지 대사
억울한 일을 당해도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우석의 아버지는 우석에게 뼈있는 조언을 하고, 우석은 판사의 꿈을 결심한다.
한편, 태수의 간절한 설득으로 우석은 태수와 함께 공부하게 되고, 요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석을 아버지가 찾아온다. 당장 짐싸라는 아버지의 불호령 앞에 태수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부탁한다.
인정에 끌리고 무엇에 끌려서
요것저것 그릇된 것을 허용하다보면
종래에는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여.
-2화 우석아버지 대사
우석을 두고 기차에 오르면서도 우석의 처신이 마땅찮았던 아버지는 자신의 소신과 가르침을 다시 강조한다. "예"하고 대답하는 우석에게 "알아들었으면 되었다"고 말하며, 아들을 믿고 기차에 오른다.
법대생과 깡패
어머니의 죽음 후, 학업을 포기한 태수는 박성범이 이끄는 폭력 조직에 몸담게 되고, 병원에 있는 태수를 우석이 찾아온다. 마치 요정에 있던 우석을 데리러 왔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태수를 조직에서 빼내려고 하는 우석은 간절하게 태수를 설득한다. 그러나 태수는 '갈 데가 없다'고 말한다.
난 판사나 검사가 될 거야.
네가 계속 이렇게 살게 되면
내가 널 잡게 될지도 몰라.
-2부 우석의 대사
우석은 미래를 예견하는 말을 하며 태수를 걱정하지만, 태수는 자신이 크게 될 거라며 잡지 못할 거라고 한다. 거물은 두고 피래미만 건드리는 현세태의 법현실을 들먹이며 우석을 안심시키지만, 우석은 체념한다.
우석은 태수에게 빌린 돈을 갚으며 설득을 단념한다.
강우석, 너 아직도 내 친구지?
-2부 태수의 대사
다른 길을 가지면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태수가 출소하고 우석은 교도소 앞을 찾아가지만 조직원들의 보살핌을 받는 태수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 행복한 우석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혜련에게 여관방을 빌려주며, 그녀의 가족들을 걱정한다. 우석은 혜련을 아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우석은 신문에 나오는 여러 기사들을 접할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쓴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전 제 길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사람 하나와
지켜야 할 바른 뜻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구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저는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2부 아버지에게 보내는 우석의 편지 중
학교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군경들이 데모하는 학생들을 잡으러 들어오자, 우석은 도서관에 있다가 혜련을 구하기 위해 뛰어온다. 서로 터치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냐고 따지는 혜련을 연극무대가 한창인 곳에 세우고, 키스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드라마 <모래시계>
연출 : 김종학
극본 : 송지나
방송기간 : 1995. 1. 9~1995. 2. 16(24부작)
음악 : 최경식, 정용국, 양경희
출연 : 최민수(박태수), 고현정(윤혜린), 박상원(강우석), 이정재(백재희)
박근형(윤회장), 정성모(이종도), 김영애(태수모), 이승연(신영진)
조민수(장선영), 남성훈(장도식)
명콤비라 불리는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함께 만든 드라마로, 1992년 <여명의 눈동자>에 이어 김종학 PD프리랜서 첫 작품으로 <모래시계>를 함께 했다. 6.25부터 독재정권과 유신체제의 소용돌이 속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삼청교육대, YH 농성 사건 등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주인공들의 개인적 역사와 함께 밀도있게 표현했다. 작품의 주제의식을 꿰뚫는 카리스마 있는 연출력으로, 꼼꼼하고 세밀한 필력의 송지나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대중들이 많았으며, '귀가시계'라고 불릴 만큼 높은 시청률을 달성한 걸작드라마이다.
2회에서는
우석의 우직하고 정직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진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배운 것이 없어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와 옳은 길을 가기를 바라는 가르침 덕분에 우석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씩씩하고 두려움 없이 행하는 혜린과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가난한 고학생의 몸으로 여장부와 같은 혜린을 사랑하게 된 우석은 그녀의 일을 존중하면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태수가 가는 길이 그릇된 길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득할 수밖에 없고, 혜린의 길을 존중하면서도 위험 속에 둘 수 없는 우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상이 모두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캠퍼스에서도 시험거부와 데모로 얼룩져 있지만, 이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대의를 위해 일하라는 일관적인 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공부하고 시험치는 우석을 향한 손가락질에도 아버지가 심어주신 올곧은 신념이 있기 때문에 우석은 자신의 길을 꿋꿋이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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