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경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의 탐욕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의 의식을 그리는 영화이다. 크리처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이 영화에서는 기생충같은 나진을 이용해 만들어낸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일제의 끝없는 욕심과 나라와 가족, 동료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시즌 1의 파트1과 파트2가 시간차를 두고 공개되었고, 시즌2가 언제 공개될지 기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만난 괴물
이 영화는 1945년 봄, 일제 강점의 정점에 벚꽃이 피기까지의 시기에 이루어진 태상과 채옥의 만남이 주축을 이룬다. 경성에서 골동품과 귀중품을 보관해주는 '금옥당'을 운영중인 '태상'은 일제 강점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자수성가하여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인물로 통한다. 어느날 경무관 '이시카와'는 태상을 불러와 자신의 정부 '명자'를 찾아내라고 하며, 찾지 못하면 금옥당을 인수하겠다고 협박한다. 아무리 초연하게 살아가려는 그이지만 일본관리의 협박은 태상을 흔들어 버린다. 토두꾼 '채옥'과 '중원'의 이야기를 들은 '태상'은 이들을 찾고 '명자'의 일을 부탁한다. '채옥'은 10년 전 사라진 엄마를 찾고 있는데, 토두꾼일을 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명자를 찾기 위해 숨어든 옹성병원에서 엄마'성심'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을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실험 도중 죽음을 맞이하지만, '성심'은 성공적으로 '나진'을 받아들여 괴물이 되어 있었다. 옹성 병원에서 이들이 탈출할 수 있을지, 엄마를 찾은 '채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일제 강점의 막바지에 일본의 계략과 탐욕, 이에 맞서는 이들의 운명이 그려진다.
진짜 괴물을 찾아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개인적, 사회적 교류를 떠나 역사적 관계 때문에 물리적으로 가까워도 심리적으로 먼 나라로 인식된다. 36년의 일제 강점의 역사는 우리나라에게는 치욕적인, 2차 세계대전의 강국이었지만 결국 패전한 일본에게도 반갑지 않은 역사다. 이 영화는 광복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1945년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벚꽃이 피기 전까지가 명자를 찾기 위한 약속시간이었다.) 일제의 착취와 압박이 가장 심하면서도 패전의 두려움으로 광기에 가까운 억압이 있던 시기였다.
크리처라는 이 영화의 장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일제가 가진 탐욕을 형상화한 기구로 그려진다. '나진'이라는 기생충같은 벌레가 몸속에 들어갔을 때 작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일본은, 개인이 가진 인간성과 역사를 무시하고 오로지 일본의 승리를 위해 사용되는 '괴물'을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그 당시 731부대 등 일본의 악랄한 생체실험을 떠올리며, 알려지지 않은 민간인 학살과 위안부 문제, 노동력착취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에서도 이 실험을 주도하고, 실행한 이들은 인간성이 상실된 인물처럼 보인다.(그들 개인의 상처와 관련된 부분이라 하더라도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유키코로부터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확장
이 이야기에는 러브라인이 몇 가지 등장하는데, 가장 중심은 태상(박서준)과 채옥(한소희)이다. 거상과 토두꾼으로 만난 두 사람은 다소 작위적이며 클리셰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만, 이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싸워나가며 서로의 우정 이상의 애정을 확인하며, 발전해 나간다. 이시카와와 아내 유키코, 정부인 명자의 관계 또 다른 러브라인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명자를 찾아야 한다는 지시는 태상과 채옥이 옹성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실을 만들고, 결국 탈출한 명자는 나진으로 인해 끔찍한 모습을 하고 버림받는다. 그 배후에 있는 유키코의 잔혹함을 파트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키코는 남편과의 정략결혼과 애정의 부재로 인한 상처, 일본의 욕심을 집약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영화의 모든 원인과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결국, 유키코의 욕심과 상처가 이 모든 상황들을 만든 원인으로 그려진다.
독립군들의 사투와 가려진 이야기
태상과 채옥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옹성병원에 잠입하지만, 이들의 마음에도 나라를 위한 마음이 심겨져 있다. 태상의 어린시절, 독립운동으로 부모을 잃어야했고, 이 때의 인연으로 나월댁(김해숙)을 만난다. 그때의 상처는 태상을 독립운동과 멀어지게(겉으로는) 했다. 그러나 그의 친구 준택(위하준)의 독립운동을 돕고, 자금을 대주는 등 협력한다. 월광이라는 바(bar)는 독립운동가들의 접선장소가 되고, 양복점은 일제의 눈을 돌리기 위한 통로로 사용된다. 옹성병원에 잠입해 근무하는 간호사, 수많은 인력겨꾼 등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는 인물들을 영화는 곳곳에 배치한다. 일제의 눈을 돌리기 위해 경성 시내거리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아직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우리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선포같이 느껴져 신나고 경이로웠다.
호불호가 갈리는 <경성 크리처>의 한계점
일제강점기와 두 연인의 만남, 거대한 괴물을 점목시켜 만든 이 영화는 화려한 예고편에 비해, 낮은 평점을 받았다. 일제 강점의 이야기를 다룬 <밀정>이나 <암살>처럼 인상적인 시대적 메시지를 전한 것도 아니고, 태상과 채옥의 운명적 만남에 초점을 맞춰 관계성을 다루지도 않았다. 둘의 러브라인은 '금사빠'의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두 인물의 관계성은 너무 가벼운 느낌이다. 또, 거대한 괴물의 픽션이 주는 크리처물로서도 애매한 모양새다. 심지어 인간성을 간직한 모체로, 딱히 일본에 이로운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일본 군인들을 더 많이 죽인다.)
유키코가 배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여러 연결고리가 밝혀지며, 이야기의 결말이 맺어질 것 같았던 이야기는 시즌2의 떡밥을 내놓으며 마무리된다. 시즌2에서는 유키코와 채옥의 엄마 성심의 관계, 2024년의 태상과 채옥의 만남, 명자가 낳은 아이의 생사 등 밝혀져야할 떡밥이 많은 가운데 시즌2를 향한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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