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life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는 싱글 예찬론자다.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라며, 철저히 홀로라이프를 즐기는 영호는 출판사 편집장인 현진과 함께 일하게 된다. 논술강사로 잘나가는 영호는 신춘문예를 준비할 만큼 글쓰기에 진심이었지만, 등단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다 처음 책 출간 기회를 얻는다. 현진(임수정)은 서점에서 일하는 남자의 일적인 예의가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할 만큼 똥촉을 가진 여자다.
책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순수하고 진심인 현진과 지리한 연애끝에 싱글주의자가 된 영호의 담백하고 인간적인 호감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나한테 딱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영호의 싱글라이프는 꽤나 화려하다. 모태솔로인 것 같이 굴지만, 사실은 여러 번의 연애 끝에 상처투성이인 그다. 논술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소싯적에는 신춘문예 당선을 목표로 열심히 글빨을 날리던 때가 있었다. 진지하고 냉소적인 그의 삶에 첫사랑에 대한 글쓰기는 소싯적의 그를 떠올리게 하고,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 준다.
부끄럽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글은 사랑한 흔적과 같거든요.
영호의 기억과 주옥의 기억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서로는 스스로를 좀더 순수하고 정의롭게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영호가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서로의 기억에서 더 나은 사람과 더 나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청춘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부끄러워서 숨고 싶기도 하지만, 후회없이 진심이었던 추억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성장과 경험치를 주기에 그 시간의 정성과 애씀만큼은 내 인생에 큰 의미를 가진다.
주옥같은 명감초들
현진의 엉뚱한 똥촉은 모솔이라는 명백한 증거들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김지영은 친한 언니로 나오는데, 싱글인 이유를 알겠다는 표정과 대사로 감초 역할을 톡톡하게 해낸다. 균일하게 때리는 현타에 꿈쩍도 하지 않는 현진을 보면서, 현실을 너무나 잘아는, 큰언니의 뼈때리는 말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현진의 출판사 식구들도 이 영화에서는 웃음코드로 한몫하는데, 윤정 역에 이미도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매력으로, 예리 역에 지이수는 현란한 술기술로 사람을 홀려놓고, 특히. 특히! 병수 역에 이상이는 이상이인 줄 모를 정도로, 너무너무 병수였다. 어리버리하고 눈치없는 막내 역할. 마지막에 노래실력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이면서 대반전이었다.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들이 조연으로 빠방하게 지키고 있으니, 이 영화가 어설프든 썰렁하든 빈틈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혼자라서 행복하기를
현대 사회는 결혼과 아이 낳기가 사회적 문제처럼 생각될 만큼, 홀로족들이 많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은 차치하고, 이들은 혼자의 삶이 편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 것도 귀찮다. 일하는 공간에서만, 먹고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관계를 맺는 그들의 삶에서 가치관이나 추억이나 정 따위를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냐면 퇴근 후에 즐기는 내 여유 시간과 간단한 맥주 한 잔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나 싱글인 사람들이 간과해선 안 될 것들이 있다. 혼자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도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치관과 정을 나누는 진짜 관계들을 잘 이뤄놔야 혼자로서의 삶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을.
관계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혼자
이 영화에서는 혼자라서 편한 영호가 현진과의 관계를 맺어가면서 싱글에게 중요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영호는 현진이 책을 만드는 이유를 들으며 아이처럼 해사하게 웃는다. 그녀의 책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이 영호의 견고한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유치해 보이는 그녀의 모든 행동들에 관심을 가질수록 그의 마음에는 이 관계의 즐거움이 모락모락 피어났을 거다.
모든 관계가 이렇게 이상적이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어떤 관계든지 맺고 살아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외로움의 늪에 빠지거나 일 중독, 운동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혼자 사는 삶이든 둘이 사는 삶이든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같이 있어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사람을 만난 거죠.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 주는
싱글의 삶을 끝내고 자신의 아빠와 함께 사는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살든 그렇지 않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자세가 소중한 것을 새삼 깨닫는다.
*평점 : 3.5
혼자 사는 사람들은 별로 보고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4계절의 뛰어난 영상미와 이동욱과 임수정의 물흐르는 듯한 연기가 훌륭하다. 담백하고 가벼운 싱글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추천. 카타르시스나 극적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패스.
<싱글즈>는 맥주, <가장 보통의 연애>가 소주라면, <싱글 인 서울>은 커피.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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