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스릴러 영화로 오락과 유머, 비주얼까지 다 잡고자 주지훈을 주연으로 만든 영화로, 2017년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의 김경원 감독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입니다. 6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어서인지 감독의 욕심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범죄 스릴러의 기본틀을 갖추면서 그 안에 오락과 유머, 여유로움까지 가미하며, 리드미컬한 사운드의 배경음악까지 비주얼적으로 손색이 없는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주지훈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의 전체를 관통하고, 최성은의 정확한 딕션이 귀를 즐겁게 하는 반전있는 영화 <젠틀맨>입니다.
나쁜놈을 잡기 위한 큰그림
현수(주지훈)는 화진(최성은)에게 취조받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결과지를 들고 사건 당일의 일을 회상한다. 현수는 의뢰받은 사건dmf 100%처리하는 흥신소 사장이다. 의뢰인(주영)의 강아지를 찾기 위해 함께 찾은 펜션에서 누군가의 둔기에 맞아 정신을 잃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강승준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잡혀 주영을 납치했다는 누명을 쓴다. 서울로 돌아가는 도중 사고가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강승준 검사가 되어 있다. 강승준 검사는 의식을 잃어 일주일 후에 깨어날 것이라고 한다.
일주일의 시간을 얻은 현수는 주영을 찾아 자신의 누명을 벗으려 한다. 강승준 검사의 신분으로 자신의 일행들과 추적에 착수하고, 그 과정에서 권도훈과 악연이 있는 '일명 미친년' 김화진 검사와 함께 수사하게 된다. 거대 로펌 재벌의 추악한 범죄에 연루된 클럽과 여자아이들. 그들의 관계를 파헤치던 도중, 현수의 일행 필용(이달)이 권도훈에게 잡히게 되고, 그를 구하기 위해 간 권도훈의 아지트에서 창모도 잡히게 된다. 현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할 위기에 처한다.
감독이 영혼을 갈아넣은 종합선물세트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현수를 취조하는 장면으로, 범죄 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현수의 정체를 알고 있는 화진이 추궁을 하게 되고, 현수의 회상은 '사건당일'로 안내한다. 불안한 분위기의 주영(권한솔)이 남자친구가 데려갔다는 강아지를 찾으로 가는 길은 불길한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일어나는 급작스러운 전개는 현수의 신분을 바꾸고, 강아지와의 익살스러운 케미는 극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 준다. 화진 역의 최성은은 '천원짜리 변호사'에 백마리를 연상케 하는데, 좌천된 후 주지훈과 엮이면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범죄 드라마이면서도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들며, 범죄의 중심에 있는 인물과 대립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잘 드러난다. 가볍고 비열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반전과 동시에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마법도 이 영화에서는 실현된다. 김경원 감독의 욕심과 의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연기 케미에 비해 부족한 임팩트
중간중간 삽입된 리드미컬한 음악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는 슬로우 모션 기법과 화려한 음악으로 사건을 경쾌하게 풀어내고, 진짜 강승준 검사가 일주일 뒤에 깨어날 거라고 전하는 간호사의 웃는 표정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권도훈의 비리와 폭력적인 장면 또한 이 영화의 문제적 상황을 보여주지만, 베테랑의 유아인 역할과 겹치며 그닥 신선하진 않았다.
감독은 이 영화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강아지와 현수의 케미, 현수 일행의 팀워크, 사건 중 경쾌한 음악으로 <이탈리안 잡>이나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한 것 같다. 사건은 심각하지만 암울하지는 않게.
그런데 이런 시도들이 이 영화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산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에도 '헉' 소리가 나올 만큼의 임팩트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볼거리가 풍부한 킬링타임용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지훈을 주연으로 내세운 만큼, 그의 피지컬에 어울리는 수트, 특유의 편안함과 나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극 전체를 이끄는 역할로 손색이 없다. 창모, 필용, 주영과의 팀워크도 훌륭하고, 화진과의 미묘한 긴장감 속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둘의 케미도 꽤 볼만하다. 무엇보다 악역에 박성웅까지 연기구멍이 없다.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주지훈의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악을 심판하는 꽉 막힌 결과로 현수와 화진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그 안에 주가 조작 사건, 권력에 성상납, 실종 사건과 권력 남용, 정의로움을 위한 거짓말 등 연결고리들을 풀어내는 과정의 장면 전환이 빠르다. 속도감은 있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힘들고 반전이 주는 효과가 반감된다. 아마도 호흡이 긴 드라마로 만들어 각각의 인물의 과거와 매력을 부각시켰다면 좀더 설득력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주지훈의 행보
주지훈은 2018년 암수살인 이후, 오랜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좋은 친구들 2014>과 <아수라 2016>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로 느와르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받았으며, <암수살인>에서는 좀더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면모를 보여 호평을 받았다. 주지훈은 <암수살인>으로 데뷔 후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2>와 같인 코믹적인 요소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로, <젠틀맨>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매력 또한 호감으로 다가온다. 감독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 영화에 임했다는 주지훈은, 극의 개연성과 이해를 위해 촬영장면도 제안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작품이다. 현재 OTT플랫폼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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