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 동갑인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놓치게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영화와 책, 관심사들을 확인하며 둘은 서로에 대해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둘은 신발까지 똑같고 영화티켓은 책갈피로 쓰는 공통점까지 있. 서로 사귀자는 말을 망설이던 두 사람은 '고백하자'는 마음도 똑같았고, 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키누가 취업 면접에 힘들어하자 무기는 함께 살자고 하고, 함께 집을 꾸민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학 졸업과 함께 변화를 맞이한다. 무기는 취미인 그림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고, 키누는 회계자격증을 따고 취직을 한다. 무기는 그림을 그만두고 통신판매 물류회사에 취직한다. 취직을 하며, 키누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회사일 때문에 자꾸 약속을 어기게 되고, 그림을 그릴 시간조차 없다. 키누는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의 책들을 무기에게 추천하지만 무기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둘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헤어질 결심을 한다. 사귀자고 했던 식당에서 헤어지는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옆으로 갓 연애를 시작한 연인이 들어오고,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무기와 키누는 눈물을 흘린다.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각자의 연인과 카페에서 나오며 손을 흔들어 준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다룬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는 2021년에 개봉한 영화로 한국에서도 개봉했으며, 2024년 한국에서 재개봉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쓴 사카모토 유지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감독 도히 노부히로가 만나 탄생했다.
막장이나 신파나 억지 없이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았다는 평이다. 꽃다발은 화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린다. 우리의 사랑도 꽃다발처럼 시간의 흐르면서 서서히 변색된다. 하지만 곱게 말라버린 꽃다발도 그대로 남겨져 있다면 아름다운 장식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연애도 함께한 기억들을 남겨 추억한다면 인생에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꽃다발은 말라가면서 향기롭던 내음도 사라지고, 선명하던 색깔도 바래진다. 변해가는 잎사귀를 보며 아쉬워하는 마음처럼, 변해가는 연인을 바라보며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전철을 타고 있다'라는 말을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표현했다.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
(키누)
설레는 호감이 오갈 때, 둘은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반짝거렸다. 별다른 말이 아니어도 크게 호응하고, 박수치며 웃고, 함께 읽고, 나누었다. 상대방의 일상적인 이야기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배려에도 마음이 덜컹거리는 연애의 시작은 조용히 부서지는 불꽃놀이처럼 마음에서 늘 '팡, 팡' 터진다.
뭔가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 주었다.
(키누)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나 혼자만 아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할 때, 키누의 방에는 꽃다발이 꽂혀 있었다. 화려한 꽃다발은 키누의 부푼 마음만큼이나 풍성하고, 조용한 홍조가 내린 얼굴에는 오랫동안 이어질 미소가 머물렀다.
키누와 무기가 연애를 시작하고, 꽃다발은 키누의 가슴팍에 안겨 있었다. 가슴 위로 삐죽이 올라온 생기있는 꽃잎들이 그녀의 웃음처럼 생그러웠다. 시작하는 연애는 늘 선명할 것 같고, 웃음은 터질 듯이 부풀고,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꽃은 시들고,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연애 생존율
둘은 연애는 현실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달라진다. 무지는 취미를 업으로 삼고 싶어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알고, 키누를 '책임' 지기 위해 유통회사에 취직한다. 여전히 무지와 나누던 책과 영화를 함께하기 원하던 키누는 더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 무지에게 실망한다. 기쁘게 문학 책을 가져오던 키누는 '인생의 승산'이라는 처세책을 보고 있는 무지를 보고 다가오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며 월급이 적은 곳으로 이직한 키누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는 키누를 무시하는 말을 하고, 마음이 멀어진 키누는 상사와 썸을 타기도 한다. 무기의 선배가 자살한 일을 두고도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대화도 어긋난다.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둘은 생존율이 저조한 연애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키누와의 현상 유지'가 목표였던 무기는 '현상'을 '유지'하지 못했고, 자신을 일 속에서 잃어버리는 과오를 범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단지 자신을 '유지'하지 못했을 뿐. 모든 연인들이 그런 것처럼.
바래진 꽃다발
3개월 동안 섹스하지 않은 연인에게
결혼을 이야기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키누)
언제까지 학생같은 기분으로 살 건지,
평생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걸까,
이해되지 않았다.(무지)
둘의 연애는 끝나고, 변해버린 둘의 관계 속에서 과거의 설레던 자신들의 모습을 다른 연인에게서 발견한 두 사람은 그만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만다. 이별은 이렇게 많은 눈물을 남긴다. 변해서 서글프고, 달라져서 아쉬운. 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 이야기하며 이별을 맞이한다.
둘은 키누의 방이 구해질 때까지 3개월 동안 함께 지내며, 함께 살기 시작하며 키웠던 고양이도 누가 데려갈지 가위바위보로 정하며 화기애애한 이별유예기간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의 바래진 꽃다발을 행복하게 간직했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에도 서로에게 담백하게 안녕할 수 있다.
환상 같은 로맨스 너머 <꽃다발 같은 사랑>
처음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라는 로맨틱한 제목이 이 영화를 환상적으로 보게 했다. 아름답고 멋진 주인공들이 펼치는 신비로운 로맨스같은. 하지만 <꽃다발>이 그리 로맨틱하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마음을 표현하며 선물할 때는 화려하게 피어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색되고 바래버리는 꽃다발처럼 변화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긋나버리고 삐걱거리는, 더 이상 고마워하지 않는, 기대하지 않는 서로가 된다. 환상같은 로맨스로, 신파같은 자극으로 치닫지 않아서 담백하고 여운이 남는다. 새 연인과 각자 행복할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고, 진짜 '잘 지내' 와 '행복해'를 외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경쾌하고, 행복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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