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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해피엔드 1999] 줄거리 리뷰 결말_모두의 해피엔딩

by sky_barabara 202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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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유열의 음악앨범>의 정지우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첫 상업영화 데뷔<해피엔드>는 전도연의 파격적인 베드신이 화제가 된 치정 스릴러로, 전도연의 연기력과 작품세계가 한층 넓어진 계기가 된 작품이다. 2000년 칸 영화제 국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고, 2007년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에 발판이 되었다. 우리나라 영화의 다양성과 작품성에 기여한 여배우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승승장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전도연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해피엔드>를 살펴보자.(*스포 있습니다.)

 

 

 

 

감독 : 정지우

출연 :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모두의 해피엔딩은 이루어질까

 

3개월째 실직상태인 서민기(최민식)는 이력서를 쓰며 다시 취업을 하려 노력하지만, 바쁜 아내를 대신해 딸 서연을 돌보며 집안일과 한가로운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그의 아내 최보라(전도연)는 대학시절 애인이었던 김일범(주진모)과 우연한 만남 후,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가정생활을 소중히 여기지만, 김일범과 만날 때 떠올리는 젊은 날의 설렘을 포기하지도 못한다.

 

 

 

어느 날, 서민기가 보라의 불륜을 눈치채고, 그들이 만나는 일범의 오피스텔까지 알아내고 만다. 서민기는 보라에 대한 배신감과 속상함으로 힘들어하지만 아내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한편, 일범은 보라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지고 보라는 일범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일범의 집착은 도를 넘는다. 자신의 집에서 만나는 두 사람을 목격한 민기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일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실행한다. 세 사람의 해피엔드는 실현될 수 있을까. 

 

 

 

파격적인 영화 <해피엔드>

 

<해피엔드>는 영화 초반 5분의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그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만한 베드신은 없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베드신보다 충격적인 반전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베드신으로 인해서 가리워진 이 영화의 진면목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정지우 감독의 대표적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고 있다.

7,80년대에 많이 만들어졌던 치정극은 신파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며 영화산업을 부흥시켜 왔다. 그러나 밀레니엄 시대를 앞둔 1990년대 후반부터 세기말을 다룬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운 시도들이 있어왔다. 그 와중에 치정 스릴러라는 장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정지우 감독은 불륜이야기를 막장이나 신파로 과장되게 풀지 않고, 담백한 일상의 모습 속에 드러내며 더 비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평범성이 드러내는 광기

 

백수로 지내며 자신의 후배이자 미영(황미선)과 격없이 육아를 공유하며 지내는데, 미영의 평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최민식의 주부남편 연기는 정말 옆집 아저씨같다. 소심하고 섬세한(드라마와 로맨스 소설을 보면서 운다) 그의 내면이 공원과 헌책방에서 책을 읽고, 아이를 돌보는 일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미영과 함께 있을 때나 카센타, 책방 주인과의 대화 등에서 보여지는 민기의 모습은 어딘가에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 그 자체다. 이런 그의 펑범성이 마지막에 드러나는 광기의 폭력을 더 잔인하게 드러내는 밑바탕이 된다. 최민식은 과장되지 않고, 묵직한 섬세함으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주진모는 댄스댄스 이후 영화로는 두 번째 주연영화로, 연기파 배우 최민식과 전도연 사이에서 다소 부족한 연기였지만 강력한 베드신에 묻히는 듯했고, 어색하고 굴곡없이 느껴지는 대사처리는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을 크게 깨는 정도는 아니어서 두 배우와 함께 이 작품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주진모는 이후 <무사>와 <와니와 준하>에 캐스팅 되는 등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보라의 갈등과 일범의 욕망

 

세 사람은 모두 해피엔드를 꿈꾼다. 민기는 보라의 불륜을 알게 되지만, 보라가 일범과 헤어지고 딸의 엄마로, 자신의 아내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보라는 일범과의 관계를 좋아하지만, 가정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두 관계의 갈등 속에서 결심하지 못한 보라의 안일함이 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일범은 보라와 함께 가정을 꾸리기를 원한다. 민기와 보라의 딸 서연에게 입맞춤을 하는 사진과 김서연이라고 쓴 이름표를 통해 그가 바라는 보라와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집착은 민기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야 만다. 

 

 

 

감독의 욕심으로 빗어낸 <해피엔드>

 

영화 <해피엔드>는 한 여자의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져가는 인간의 광기와 결말을 그리고 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면서 갈등의 요소가 되는 보라는 일도 가정도 사랑도 다 잘해내고 싶어하는 여자다. 그야말로 욕심쟁이다.

정지우 감독도 이 영화 속에서 욕심을 드러냈다. 전도연, 최민식이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내걸고 첫 상업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보라의 욕심은 평범하고 섬세했던, 남편 민기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배신감과 폭력성, 잔인함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반전과 충격을 준다. 계획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고, 결국 일범을 보라의 살인용의자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민기의 치밀함은 납득이 되면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하다. 결말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치정극과 스릴러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이다.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다뤄질 만큼 치정 스릴러극 중에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