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조자>는 1970년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남베트남에 스파이로 잠입한 혼혈 청년의 갈등과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이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과 극본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미국과 동시에 공개되었다. [제 1화 : 죽음을 갈망하다]에서는 사이공이 함락되는 1975년의 남베트남을 배경으로, 미국으로 망명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의 이념적 갈등과 고뇌를 통해 전쟁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려내고 있어 앞으로의 공개 에프소드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나는 반,반입니다
영화는 베트남전에 대한 역사적 설명으로 시작한다. 베트남의 어느 지하감옥에서 취조자술서를 쓰는 '대위(호아 수안데)'가 등장하고, 이야기는 사이공 함락 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베트남의 공산주의이념을 가지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의 스파이로 온 대위는 정체를 숨기고 남베트남의 거물 장군의 부하로 일하고 있다. 공산주의자 스파이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은 대위는 자신의 연락책(스파이)을 심문하는 과정을 참관해야 하는 등 고충을 겪는다.
이런 고초를 견디게 하는 원동력을 뭘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희망입니다.
가족과 함께할 때 느끼는 희망
모순된 상황 속 고통에서도 갓 태어난 친구의 아이를 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대위. 그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자유롭게 승리할 나라 안에서 자신도 그런 희망을 꿈꾸며 살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이 나라의 희망을 보는 것이고, 이 나라에서 살아갈 아이의 미래도 꿈꾸는 것이다. '아이'는 곧 희망이다.
대위의 정체성과 고뇌
스파이라는 대위의 위치가 이 영화의 모든 갈등들을 보여준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대위는 자신을 반반이라고 소개한다.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프랑스를 물리친 북베트남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공산주의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을 위해 일하는 척 하는 자신을 모순의 결합체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양면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모순될 수밖에 없는 모든 선택과 결단들 속에 인물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데올로기 속 차선의 선택들
사이공이 테러로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장군은 미국으로 도피하려 한다. 비행기에 태울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하는데... 유능한 자를 선출하면 반혁명적이고, 무능한 자를 선출하면 의심을 사게 되니 유능해 보이는 무능한 자를 선별하기로 한 대위.
포탄이 터지는 사이공 맥주집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포탄 소리를 들으며, 반전가요를 듣는 대위는 복잡한 심경이지만 자유를 얻게 된 베트남에서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반혁명 인사인 장군의 곁에서 스파이 노릇을 할 사람으로 대위를 지목한 친구 만은 대위를 실랄하게 분석한다. 베트남에 남아 승리를 맛보고 싶었지만 '미국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신을 꿰뚫어본 친구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희망의 추락과 좌절
사이공 함락 1일 전,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포탄이 터진 거리를 가로질러 비행장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본과 함께다. 본은 대위의 절친으로 아내와 갓난아이가 있다. 그는 베트콩에게 아버지를 잃고 반공주의자가 된 인물로, 대위의 실체를 모른다.
내 희망은 피처럼 진해(본)
자신의 아이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본. 반공주의자인 그에게 미국은 '희망의 땅'이고, 가족들이 함께할 보금자리이며, 자신의 미래가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가는 그의 얼굴은 활기차다.
하지만 비행장에는 북베트남의 조명탄이 하늘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끊임없는 폭격이 이어진다. 폭격을 맞고 쓰러진 버스에서 대위와 본의 가족은 대피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도 죽고, 달려가다가도 죽을 수 있기에 달릴 수밖에 없는 그들은 결국 비행기를 향해 달려가기로 결정하고, 그러던 중 본의 아내와 아이가 죽고 만다. 망연자실한 본과 비행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위의 얼굴로 까만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데올로기의 블랙코미디화
베트남 전쟁의 종식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다. 버스에 탈 사람들을 선별하기 위한 면접에서 협박과 회유가 난무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할 만큼 가벼운 블랙코미디의 분위기를 풍긴다. 비극속에서도 살아내야 하는 우리의 삶이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라는 감독의 표현일까. 대위의 비밀경찰이 잡히고 고문당하는 장면도 무겁지 않게 연출한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답게 초록과 붉은색 벽지와 조명이 인물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극적인 상황과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전쟁이데올로기 속 고뇌하는 청춘을 통해, 인간의 삶과 선택들을 조망한 영화인 것 같아 앞으로의 에피소드들이 기대된다. 호아 쉬안데, 프레드 응우예 칸, 키 두옌 등 생소한 배우들과 산드라 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함께 출연한 <동조자>는 쿠팡플레이에서 독점공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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