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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검은사제들2015]줄거리 리뷰 결말_모든 악령을 몰아내고 싶은 열망

by sky_barabara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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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이 한예종 졸업 작품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하여 만든 영화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가톨릭 엑소시즘 영화로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주목받았다. 신부들의 부마의식을 소재로 한국식오컬트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검은 사제들> 이후, <사바하><파묘>를 연달아 만들어 사실상 국내 유일한 정통 오컬트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연배우인 김윤석과 강동원의 든든한 영향력과 박소담이라는 배우를 발견할 수 있는 있는 영화로, 박소담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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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표출과 소멸

 

한국에 '12형상(악마)'중 하나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인 신부들은 직접 한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구마의식 후악령에 빙의된 돼지를 처리하기 위해 급히 차로 이동하다가 사고가 난다. 그 과정에서 이 차에 부딪힌 이영신(박소담)에게 돼지에게 있던 악령이 옮겨간다.

한편, 돌출 행동으로 가톨릭 교회의 눈 밖에 난 김범신(김윤석) 신부는 영신과 친분이 있는데, 다른 신부들의 만류에도 구마의식을 강행한다. 하지만 악령의 조종으로 영신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지고, 6개월이 흐른다. 그 동안 계속된 구마의식은 10명이 넘는 보조사제를 거쳤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범신은 자신을 도와줄 보조사제를 찾기 시작하고, 모든 조건이 만족하는 최준호(강동원) 부제가 선택된다. 굿을 하고 있는 영신의 집으로 간 준호는, 구마의식 도중 자신을 숨기기 위해 만들었던 소금선을 넘어버리고, 이내 자신의 상처를 헤집는 악령으로 인해 도망치게 된다. 도망하던 중, 어린 자신의 환영을 본 준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용기를 내고, 다시 의식에 참여한다. 악령의 이름을 부르며 영신에게서 나오라고 하자 악령은 돼지에게로 옮겨가고, 준호는 돼지를 들고 강으로 뛰어간다. 돼지와 함께 뛰어든 준호가 강에서 혼자 일어나서 나오고, 김범신 신부에게 있던 매독의 상처가 아물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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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의 연관성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구마 또는 엑소시즘은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말한다. 

신약성경의 마태, 마가, 누가 복음에는 예수에 의해 귀신들이 돼지에게 들어가 몰살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가복음 5장

8절 : 이는 예수께서 이미 그에게 이르시기를(예수께서 악령에게 말씀하시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다)

9절 :  이에 물으시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르되(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하고 물으니)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음이니이다 하고("내 이름은 군대이고, 많습니다"하고)

 

마태복음 8장

31절 : 귀신들이 예수께 간구하여 이르되(귀신들이 예수께 다급히 부르짖어 말하기를)

만일 우리를 쫓아 내시려면 돼지 떼에 들여 보내 주소서 하니

("만일 우리를 쫓아 내시려면 돼지 떼에게 들여 보내주소서" 하니)

32절 : 그들에게 가라 하시니("돼지에게 들어가라"하시니)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는지라(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갔다.)

온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 들어가서 물에서 몰사하거늘

(돼지 떼가 비탈길로 달려내려가 바다에 들어가서 물에서 죽는데)

 

여자아이에게 들어간 귀신이 자신을 '군대'라고 했다. 이름을 '군대'라고 하였지만, 이것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의미한다. 지옥으로 가는 것이 두려운 귀신들은(누가복음 8:31 무저갱(지옥)으로 들어가라 하지 마시기를 간구하더니)  차라리 돼지 떼에게 들여 보내주기를 간청한다. 장재현 감독은 이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여자아이에게 강력한 악령(악령의 떼들)이 들어간 것과 악령이 옮겨가는 대상인 돼지를 소재로 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상징과 의식이 모두 성경적인 것은 아니지만 감독은 성경을 참고하여 이 영화의 소재들을 찾았을 것이다.

 

 

 

<검은 사제들>과 악령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위해 악령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는 성경에 나오는 몇 가지 요소들이 보인다. 

 

구마 의식 중, 영신이 벽에 피를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곳에 뱀이 기어다니고 있다. 하와에게 다가와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유혹한 뱀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뱀은 악령의 실체적 모습을 상징하는데, 성경에서도 뱀은 인간과 하나님을 멀어지게 만드는 존재로 그려진다. 

 

요한복음 10장 10

도둑(악령)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김범신 신부가 영신에게 구마의식을 하며 기도하자 악령이 깃든 영신은  "고통, 질병, 기근, 전쟁, 평화 속에 난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었다."고 말하며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소멸,.. 니들 반이 다 죽을 것이고"를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악령은 우리 삶에 늘 함께 하며 사람을 죽이고 멸망시키는 존재로 표현되어 있다. 악령은 우리를 협박하고, 겁을 주고, 속인다. 

악령은 이처럼 온 세상에 떠돌아 다니기도 하고, 영신의 몸에 들어가기도 하고, 우리 마음을 간섭하고 방해하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헤집는 악령

 

최준호 부제는 보조사제로 완벽하지만, 어릴 적 상처가 그의 약점이다. 맹견에게 물려 죽어가는 동생을 두고 도망간 것이 그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이다. 최준호가 이전 보조사제였던 박 마태오를 찾아갔을 때, 그는 어딘가 불안정하고 매몰차 보인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악령이 그의 상처와 약한 부분을 헤집으며 괴롭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어머니 가슴에 돌덩이를 만들겠다, 유방암으로 짐작) 악령은 준호의 여동생 목소리와 사나운 개 소리를 흉내내며 준호가 겁을 먹고 도망가게 한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그를 지배하게 하고, 마음 속에 있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부풀려 평생 겁먹고 살아가게 만든다. 악령은 힘이 세다. 악령은 우리의 연약한 부분, 쉽게 흔들리고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부분을 공격해서 똑바로 살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 마음을 '도둑질하고 멸망시키는 것'이다.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령을 이길 용기와 힘 

 

하지만 최준호 부제는 어릴 적 상처와 마주할 용기가 있는 자였다. 도심에서 마주친 어릴 적 자신과 여동생의 환영을 통해 또다시 도망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보게 만들고, 다시는 죄책감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은 최준호 부제는 다시 김범신 신부와 영신에게로 간다. 김범신 신부는 "니 잘못이 아니야. 니 동생이 더 작아서 그런 거야."라며 위로한다. 결국, 도망치지 않았던 최준호 부제는 마지막 장면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예레미야 30장 17절
내가 너의 상처로부터 새 살이 돋아나게 하여 너를 고쳐 주리라

 

 

이런 힘은 영신에게도 보인다. 영신은 악령이 깃든 후 힘들어 하지만, 김범신 신부에게 "신부님, 제가 꽉 잡고 있을게요."하며 악령이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꼭 범신이 이 악령을 혼내주고, 자신을 반드시 고쳐줄 것을 확신하는 듯이. 

구마의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영신 몸에 있는 악령이 말한다. "이년이 나를 꽉 잡고 있다고."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은 영신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돼지에게 있던 악령인데 이는 수컷이다. 그래서 남자의 몸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영신이 그 자리에 있는 바람에 영신(여자)의 몸에 들어간 것이다. 중간에 자살을 했던 것도 숙주(영신)을 죽인 다음, 다른 남자의 몸으로 갈아타려는 수컷악령의 꾀였다. 그러나 영신의 몸은 약했지만 그녀의 내면은 단단했다. 악령에게 좋은 일을 해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악령을 꽉 잡고 있는 영신 덕분에 구마 의식은 성공하고, 심장이 멎은 그녀를 부둥켜 안고 김범신 신부는 오열한다. "영신아, 네가 다 했다."고 하면서. 

 

 

악령을 이기다

 

결말 부분, 최준호 부제(강동원)가 돼지와 함께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혼자 걸어나온다. 걸어나온 최부제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슬며시 웃고 있다.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데, 첫째는 최부제에게 악령이 들어갔다는 것이고, 둘째는 악령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악령은 모습과 모양을 자유자제로 바꿀 수 있는 능력자인데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김범신 신부의 매독상처들을 일부러 없애고, 숨이 멎은 영신을 다시 살렸을까? <검은 사제들2>를 위해서? 극의 완성도를 생각해 볼 때, 성경에서 악령은 사람을 죽이고 망하게 하는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2편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면 최준호 부제는 악령을 물속에 쳐넣고 혼자 살아남았다. 마치 예수가 지옥에서 악령과 싸워 이긴 후, 다시 부활한 것처럼. 

 

 

 

 

모든 어둠을 몰아내고 싶은 소망

 

영화 초반에 두 신부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신부 : 신부님, 세상에 그들이 정말 존재한단 말입니까?
신부 : 그들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어린 신부 : 12악령들, 그 12형상들 말입니다.
신부 : 모르겠느냐 그들은 세상 곳곳에 숨어있지
어린 신부 : 그럼 그들은 무엇을 하는 겁니까?
신부 : 묵시록에 있듯이 그들은 전쟁과 재난, 모든 참사 그 가운데에 있다
어린 신부 : 그럼 그들은 왜 숨어있는 겁니까?
신부 : 그들이 존재를 들키면 인간들이 신을 믿기 때문이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전쟁과 재난, 모든 참사의 끔찍함 속에 있는 피폐와 어둠, 고난과 부패를 발견한다. 전쟁과 재난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옥'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심령을 파고드는 생각과 사상들에 의해 결정되는데, 신부들의 이야기에서 그 존재들(12악령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반드시 살인을 일으키거나 빙의된 상태의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파괴하고 죽이고 멸망하게 만드는 모든 범주에 있는 것들이(비리, 부패, 살의, 미움, 다툼, 욕심 모두) 어둠의 마음인 것이다. 악령은 신의 반대편에서 인간을 멸망시키려 하지만, 신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인간을 구하기 원한다. 둘 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존재를 우리는 '믿음'으로써 이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대화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검은 사제들>은 한 아이의 몸에 있는 악령을 몰아내는 이야기인 동시에, 악령이 쉽게 헤집을 수 있는 상처를 극복하고 싸메는 이야기이며, 영화에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모든 전쟁과 재난, 참사, 그리고 그것들을 조장하는 모든 세력들을 몰아내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