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가정주부가 된 프란체스카와 자유롭게 여행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는 로버트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클린튼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완벽한 호흡이 환상적이며, 서서히 스며드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슬프고 절절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가슴저린 감동에 휩싸인다. 이 영화는 '불륜 미화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며칠 동안 나누는 대화를 통해 나를 성장하게 하는 대상에게로 끌리는 당연한 이유들이 보인다. 이들의 현실적 선택을 넘어서서, 이 연인의 애정과 지지는 여전히 큰 여운을 남긴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다
옥수수 농장이 펼쳐진 오하이오 시골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두 남매를 키우고 있는 프란체스카. 이곳은 이웃과의 빈번한 교류가 있어 어디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소문이 나는 곳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를 위해 떠난 날, 프라체스카는 다리를 찾는 로버트와 함께 동행하게 된다. 새로운 이방인의 존재는 프란체스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둘은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저녁식사에 초대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둘은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로버트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신의 꿈들이 생각나고, 둘은 사랑에 스며든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하지만, 로버트의 설득에도 프란체스카는 오하이오 시골마을에 남게 된다. 훗날, 죽을 때가 가까워진 프란체스카는 "죽어서는 로버트 곁으로 가고 싶다"는 유언과 일기장을 두 남매에게 남긴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
이 영화에서 내가 꼽는 몇 가지 명장면이 있다
그 중에서 저녁식사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 속에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즐겁고 의미있다. 초반에는 로버트가 고릴라를 만난 이야기를 하는데 프란체스카는 두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꽝꽝 내려놓으며 자지르지듯 웃는다. 이 장면에서 메릴 스트립은 진짜 프란체스카같다. 로버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그녀의 비명소리같은 웃음은 내 마음까지 행복하게 했다. 설레거나 흥분할 일 없는 가정주부의 일상에서 로버트의 광대하고 넓은 세계 곳곳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을 하염없이 두드린다.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날것의 흥분과 감춰두었던 꿈들이 로버트 앞에서 무장해제 된다.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위해 그녀가 옷을 사러가는 장면에서 프란체스카는 무척 사랑스럽다. 시골마을에 살면서 드레스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그녀에게 쇼핑은 가십거리가 되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프란체스카는 흥분된 감정을 숨기며, 쑥스러워하기도 하며 드레스를 고른다. 주부는 어디가고 없고, 웬 사춘기 소녀가 거울에 비치는 것 같았다.
사랑보다 더 설레는 두 사람의 다리씬
영화의 초반, 다리를 찾는 로버트에게 호기심을 느낀 프란체스카는 '함께 사줄까요?'하며 질문하고, 로버트는 흔쾌히 허락한다. 낯선 사람의 차를 타고 가는 프란체스카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이 시골마을에서 변화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 느껴졌다. 로버트가 담배를 꺼내기 위해 그녀의 다리를 스치는 장면에서는 손발이 오그라 들만큼 설레고 말았다.
로버트가 사진을 찍고 있을 때, 프란체스카는 다리의 지붕 안으로 들어가 로버트를 몰래 훔쳐본다. 로버트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프란체스카를 찍는데, 그녀의 얼굴이 꽃같다. 로버트가 꽃을 선물하는데 프란체스카는 '독초'라며 농담하기도 하며, 여고생같은 그녀의 설렘이 화면을 뚫고 나올 지경이었다. 스킨십 하나 없지만 둘의 저릿저릿한 관심과 설렘 때문에 몇번이나 돌려본 장면이었다. 이 장면들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삶을 이끌어가는 것들
프란체스카에게는 꿈이 있었다. 교사로 일했던 그녀에게는 그 일을 더 진행하기를 바라는 꿈이 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 꿈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한 순간 어떤면에선...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지만 사랑이 멈추는 때이기도 해요
그녀에게 사랑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가슴뛰는 삶을 사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시골마을에 만족할 만큼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이 아니었다.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며, 꿈을 펼치고 살고 싶은 소망이 그녀의 가슴에 다이아몬드처럼 박혀 있었다. 그것을 이루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마음을 잘 접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로버트가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순간, 봉인해제된 그녀의 마음은 심하게 충동질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꿈을 끄집어내준 로버트에게 소울메이트와 같은 연대와 사랑을 느낀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을 열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녀는 그녀의 꿈을 펼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의 진짜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자기를 더 자기답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생의 최고의 선택
프란체스카는 결국 로버트를 선택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빗물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로버트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아팠다. 프란체스카가 남편과 장을 보며, 건너편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로버트를 발견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을 때, 그녀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조석 문을 열고 바로 앞에 깜빡이를 켜고 있는 그 차의 보조석으로 뛰어들면 다 끝나는 것인데, 그러면 그와의 사랑과 그녀의 꿈도 이룰 수 있을 텐데 그녀는 끝까지 그녀의 자리를 지켰다. 두 아이를 잘 키워내고,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남편은 그녀의 꿈을 알고 있었지만 이루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그녀를 위로했다. 사랑을 이루고 내 꿈을 펼치는 것은 내 인생에 너무나 중요한 일이고, 소중하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내려놓는 프란체스카의 선택은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자신의 욕구를 너무 잘 아는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남편에 대한 의리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잘 아는 그녀에게 그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더 큰 가치를 택하는 그녀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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