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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귀여운 여인,1990] 로코의 시작이자 바이블

by sky_barabara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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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여운 여인>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현대판으로, 로코의 정석으로 불리는 영화이다.  능력있는 사업가 에드워드와 길거리 콜걸 비비안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게리 마셜의 대표작이고,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던 제작사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 준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8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 토요명화 등 TV방영도 여러 차례 했었다. 여주인공이 콜걸이라는 것과 능력과 노력 없이 부자 남자를 만나 성공하는 스토리로 페미들과 영화인들에게 비판을 받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로마의 휴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잇는 대표적인 로맨틱 코디미이다. 

 

 

운명적 만남과 로맨스

 

독신남 에드워드 루이스(리차드 기어)는 잘나가는 사업가이다. 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서 나눈 뒤 다시 되파는 M&A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구상 차 할리우드에 방문한 에드워드는 호텔을 찾아가던 중 길을 잃고, 호객을 하던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의 도움을 받는다. 스스럼없는 순진무구한 비비안에게 호감을 느낀 에드워드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사업 대상 기업의 오너가 에드워드와의 만남을 요청하는데, 여자와 동행하라는 변호사 필립의 충고에 비비안을 6일 동안 고용한다. 

드레스를 사기 위해 로데오 거리에 갔다가 점원으로부터 천대를 받고, 호텔 지배인에게 숙녀 수업을 받는다. 에드워드가 후원하는 폴로 경기장에서 비비안은 필립에게 매춘부임을 밝히고, 그 약점으로 필립은 비비안을 희롱한다. 에드워드와 비비안은 이 일로 크게 다투지만,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오페라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비비안을 보고, 에드워드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약속한 일주일이 지나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오고, 에드워드는 계속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지만 비비안은 전부를 약속하지 않는 남자에게 실망한다. 결국 돈을 받고 헤어진 비비안은 공부를 준비하고, 친구에게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에 대한 마음을 확신하고 비비안의 집으로 향한다. 

 

다시 봐도 설레는 클리셰의 향연

 

이 영화에는 세상 설레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꽤 있다. 

 

 

 

로데오 거리에 갔을 때, 비비안의 천박한 옷차림을 본 옷 가게 점원들은 비비안을 하대하며, 내쫓는다. 며칠 뒤, 멋진 옷을 입고 똑같은 가게에 가서 비비안은 그들에게 사이다를 날린다. 분명히 많이 봐온 뻔한 스토리인데, 제대로 통쾌하다.

 

 

 

헤드셋을 끼고 욕조에 누워 목청껏 노래부르는 모습을 에드워드에게 들키는 장면이 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비비안을 자상하게 내려보는 리자드 기어의 눈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른거린다. 설레는 여운이다. 눈을 뜬 줄리아 로버츠가 시원하게 웃는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그녀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손예진이 텅빈 사무실에서 야근할 때, 춤을 추면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부르는데 그 모습을 정해인이 몰래 지켜본다. 이때, 손예진의 매력도 어마무시하다. 

 

 

오페라를 처음 볼 때 굉장히 드라마틱해.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처음이 좋으면 끝도 좋지. 처음이 싫으면 진가는 알아도 영혼으로는 못 느껴.(에드워드의 대사)

 

 

에드워드는 멋진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에 가서 눈물 흘리는 비비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진가를 알아보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매춘부인 것을 알게된 필립의 희롱에 에드워드의 통쾌한 펀치도, 엇갈리지 않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재회하는 장면 등 모든 장면들이 다시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클리셰들이다.

 

 

 

 

비비안의 가능한 변화들

여주인공이 콜걸이라는 것에 미국 사회에서도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천대받는 직업이라는 시선과 능력없는 여주인공이 남자만 잘 만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여주인공의 능동적 변화다.

 

-2천 달러라도 응했을 거예요.(비비안)
-4천 달러도 줄 뻔했지.(에드워드)

-보내기 싫을 만큼 기막히게 잘할게요.(비비안)
-6일 동안 3천 달러야. 끝나면 꼭 보낼 거야.(에드워드)

 

처음 에드워드가 6일동안 함께하기를 제안했을 때, 이들은 철저히 비지니스의 관계였다. 비비안은 선택받기를 원했고, 돈에 의해 움직이며, 예의를 갖추지 못했지만 부당한 대우는 받기 싫어했다. 에드워드 역시 인간적인 마음이 생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사업을 진행했고, 그건 비비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비비안을 통해 상처와 감정들이 자기도 모르게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그가 점점 비비안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비비안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에드워드와 약속한 기한이 다 되고 난 후, 계속 관계를 이어가자며 비비안에게 아파트와 차, 쇼핑환경도 마련해 준다. 사랑을 원했던 비비안은 자신이 동등한 관계가 아닌 것에 실망하고, 장소만 바뀌었을 뿐, 에드워드의 전용콜걸과 같은 취급에 실망한다. 비비안은 진정한 사랑을 찾은 후에야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안 것 같다. 누군가에게 선택 당하는 위치(콜걸)에서 자기 삶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위치로 바뀐 것이다. 자신에게 물질로 보상해주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던 비비안이 물질로는 바꿀 수 없는 자기 안의 보석을 발견하면서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 비비안의 변화가 풍요로운 호텔과 쇼핑, 돈으로 시작된다는 설정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백마 탄 왕자님' 설정이 아쉬운 이유이다.)

 

그때 꿈속의 기사는 한 번도 '괜찮아. 멋진 아파트에서 살게 해줄게.' 하는 말은 안 했어요.(비비안 대사)

 

비비안은 더 이상 콜걸의 삶을 살기 않기로 결심하고, 친구 킷에게도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장학금이라는 응원도 함께.

 

너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 킷 드루카.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신경 쓰지 마.(비비안 대사)

 

누군가의 진심어린 응원가 지지가 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씨앗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우리는 깨닫게 된다. 불행한 시절들 때문에 깨닫지 못했을 뿐, 누구나 빛나는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을 발견하게 해 주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인생에서 놓칠 수 없는 행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 수없이 회자되는 패러디들로 문화적 패러다임이 생겨났다. OST<Oh Pretty Woman>은 지금까지도 패러디 되며, 자신감있고 사랑스러운 여자들이 등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인다. 성공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여자 스토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없이 만들어져 왔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지겨우리만치 다양한 직업과 배경으로 양산되어 왔다.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대리만족과 판타지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고, 영원할 것이다. 좀더 매력적인, 좀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원하는 수요자들 때문에 공급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줄리아 로버츠의 발견과 성공

 

이 영화를 시작으로 줄리아 로버츠는 스타덤에 올랐다. 개인적인 사생활과 염문설로 인간적으로는 좋은 평판을 가지지 못했지만, 이 때부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힌 줄리아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다. 본래, 맥 라이언에게 갔던 시나리오는 그녀의 거절로, 줄리아 로버츠에게 전달되었고, 이것이 그녀의 운명을 바꾼다. 그 후, <적과의 동침>, <펠리칸 브리프>, <컨스피러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노팅 힐>,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모나리자 스마일>, <클로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영화들의 필모를 쌓으며,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귀여운 여인>에서 맡은 역할인 비비안이 에드워드에게서 발견된 것처럼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 <귀여운 여인>을 통해 발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