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 One Day
이 영화는 2009년에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1988년부터 계속되는 스무번의 특별한 하루들을 기록하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왜 7월 15일이 기록되는지를 보여줍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혹은 다르게 보낸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들이 문을 두드리는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영화, <원데이>입니다.
감독 : 론 쉐르픽
출연 : 앤 해서웨이(엠마 몰리 역)
짐 스터게스(덱스터 메이휴 역)
특별한 그날 하루
1988년 7월 15일, 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짝사랑하던 남자 덱스터와 함께 자신의 집에 오게 된 엠마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대하지만, 덱스터의 시큰둥한 반응에 둘은 아무일 없다는 듯, 친구 사이로 지내자고 결정한다. 작가의 꿈을 꾸지만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엠마와, 방송사에서 인기있는 사회자로 잘나가는 삶을 살게 된 덱스터는 가끔 만나며 서로의 관계를 이어간다.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던 두 사람은, 서로의 연인을 인정하며 아쉬워하다 결국은 서로를 위해 빛나기로 한다. 방탕한 덱스터를 붙잡아준 엠마는 더 큰 사랑을 원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급변하고 만다.
그림같은 사랑의 순간
마치 뮤직비디오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매년 기록되는 7월 15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와 선을 넘을 듯 말 듯 설레는 순간들이 기록된다.
1992년 그들의 여행이 그랬다. 침대는 따로 쓰고, 술취해 안기 없고, 끼부리지 말자는 규칙들을 나열하며 시작된 이들의 여행은 연인의 그것이었다. 해변에서 크림도 발라주고, 과거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엠마는 칵테일바에서 거의 고백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눈에 반했었다며. 돌아오는 길에 호수에서 나체수영을 즐기며 묘한 분위기를 만끽하지만, 이 둘은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정했던 수많은 규칙을 다 어기고 있었으면서도.
1996년, 세상에 찌들어 버린 난잡한 쇼 진행자로, 방탕하게 살고 있는 덱스터를 만난 엠마는 변한 덱스터를 보며 힘들어 하고, 사랑하지만 좋아하기 힘들다는 애매한 고백을 하며 곁을 떠난다.
풋풋했던 풋사랑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오랜 시간을 이어오는 사람들에게서는 향기가 스며든 것처럼 짙어진 내음을 맡게 된다. 피상적인 관계에서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이어지기를 원하지만, 결합되지 못하는 관계는 버려진 향수병같다.
삶 속에 빛나는 특별한 하루
2003년은 이들에게 너무나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이혼한 덱스터는 파리에서 작가로 성공한 엠마를 찾아오고 멋지게 성장한 엠마를 보고 덱스터는 설렌다. 이미 멋진 남친이 있었던 엠마는 덱스터를 친구로 대하지만 덱스터는 자신이 이혼했을 때 위로해주었던 엠마를 상기시키며, 아쉬워한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다시 떠나려하는 덱스터를 엠마는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덱스터를 붙잡는다. 15년 전이었다면 더 쉬웠을 선택이, 서로 다르게 성장해온 시간들을 넘어 결실에 이른다. 어떤 인생을 살았든, 헤어질 수 없었던 엠마는 미련없이 덱스터를 선택한다.
널 끝낸 줄 알았어.(엠마)
긴 시간 방황했던 덱스터는 어머니가 원하는 좀더 멋진 삶을 살지 못했다는 후회와 한 번의 결혼 실패를 딛고, 엠마 옆에서 성실하게 빛나는 삶을 살기로 한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길지 않았다.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세요
엠마를 상실한 후, 힘들어 하는 덱스터는 아버지의 집에 거하게 된다. 특별한 7월 15일만 되면 힘들어 하는 그를 보며 아버지는 조언한다.
-남은 생을 엠마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는 거야. 그렇지 않니?(아버지)
-자신없어요.(덱스터)
-그래도 할 수 있다. 나도 지난 10년간 해왔잖니.(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후, 힘든 내색없이 살아오신 아버지의 진솔한 고백에 덱스터는 마음을 다잡고, 이안과 조우한다. 엠마의 오랜 연인이었던 그와 엠마를 추억하는 것은 아름다운 향기를 흠뻑 들이키는 일처럼 황홀한 것이었다.
당신하고 있을 땐 에마가 빛이 났거든요. 나랑 있을 땐 안 그랬는데
그게 너무나 짜증나서.
당신한텐 과분하다고 믿었거든요. 엠마가 당신을 사람 만들었죠.
그리고 당신은 엠마를 행복하게 해줬어요. 세상 누구보다도
그건 나도 평생 감사할 거예요.(이안의 대사)
이안의 고백으로 덱스터는 엠마와의 깊은 사랑을 추억하고, 그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안을 껴안는다. 이안의 추억까지 붙잡고 싶을 정도로 엠마가 그리운 덱스터. 엠마와의 특별한 7월 15일들을 추억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 덱스터는 사랑하는 딸과 함께 엠마와 함께했던 언덕에 오른다.
세상 속에 가리워진 보석 찾기
어느 하루, 특별한 어느 날.
시간은 쉼없이 흘러가고, 매일 반복되는 보통 날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어떤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하는지,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따라 우리는 그 날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구분한다. 길을 지나온 후 회상해 보면, 걸어올 땐 몰랐던 꽤나 근사한 장면들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 인생이 반짝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리석고 미련한 마음 때문에, 욕망이나 무지함에 가리워져서 빛나는 것들을 보고 있지 못하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중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내 인생에 끼어드는 메시지들에 귀를 기울이며, 진짜 보석을 찾길 바란다.
두 연인의 사랑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아름답게 담아낸 <원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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