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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DP> 리뷰

by sky_barabara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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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P>는

DP(근무 이탈 체포조)인 준호와 호혈이 현실의 부조리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등장인물 : 정해인(안준호 역), 구교환(한호혈 역), 김성균(박범구 역),

임지섭(손석구 역),

지진희(구자운 역), 김지현(서은 역)

 

 

 

DP 시즌 2가 나왔다고 했을 때,

엄청난 이슈에, 날마다 도배되는 뉴스 사진들에, 

뭐가 이렇게 인기가 좋은가. 군대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가 보다 했었다. 

 

시즌1의 각 에피소드들은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전부터 있어왔던 군대의 폐해들과 고립과 은밀에 대해 다루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문제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첫장면부터 머리 뒤에 못을 박아놓고

앞에서 선임이 구타하며 후임 머리를 뒤로 밀고 있다.

못에 찔릴 것 같이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보며

아마도 현실은 더 하겠지, 생각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은 은밀하고 폐쇄적인 곳에 있을 때,

악의적인 속성이 더 잘 발현되는 것 같다. 

 

 

인상적인 오프닝, 실제 군대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

 

매회 반복되는 오프닝 장면 마지막에

군대소집 강당에서 뒤를 돌아보는 정해인의 눈빛이 무척 인상적이다.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같기도 하고,

날 좀 꺼내줘 하며 호소하는 눈빛같기도 해서.

고생할 것이 뻔한 '군대'라는 특수조직에

발을 내딛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우면서도,

'다녀왔을 때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위로 아닌 위로 따위를 내비치게 된다.

듣는 입장에서는 무척 반갑지 않은 위로일 것이다.

 

 

 

아날로그 필름 감성의 오프닝은 꽤나 훌륭했다.

영화 주인공들로 채우지 않고

평범한 가족들을 그대로 담은 비디오카메라의 느낌은

보는 내내 뭉클해진다. 

나도 오빠를 보내봤고, 남친을 보내봤고, 내 아들들을 보낼 것이기에.

군대의 모습이 아무리 변해도, 가족과의 이별이 애틋하고 슬픈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어쩌면 더 짙어질 우리의 감성일 것이고,

 

정해인, 정의의 중심에 서다.

 

처음에는 구타장면들이 거북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탈영병을 찾으로 다니는 헌병조로 차출된

정해인의 우여곡절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우직하고 순수한 청년으로 나오는 정해인은

헌병조 선임으로 나오는 고경표의 뺀질함, 약간의 사악함과 대비되며

정직하고 정의로운 요즘 남자의 표본을 보여준다.

 

 

 

자신이 생각없이 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확인된 순간,

정해인은 꼭지가 돌아버렸다.

누가봐도 잘못한 선임(고경표)을 이성을 잃고 패버린 정해인은

병원에서 퇴원한 구교환과 짝을 이룬다.

이때부터 둘은 제대로된 케미를 보여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정해인보다 조금 가벼워보이는 구교환에게도

아픔이 있어보이는데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가족사진만 있는 집에 아무도 없다.

영화에서는 그 이유가 끝까지 안나온다.

구교환이 헌병조에 더 애정을 쏟는 이유같기도 하다.

 

 

군대와 사회적 문제 사이

 

동성애자인 남자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도망자로 사는 이야기,

탈영병의 애인, 군대내에서의 왕따 문제, 군내부에서 

 

군대를 탈영한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는 헌병조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설득하며 삶을 이어가게 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정해인은 군의 부조리 속에서도 휴머니스트를 자처하는 역할을 하면서 군에 맞선다.

시즌1에서는 정해인의  선배기수가 괴롭힘을 당하다가 참지 못하고, 저항하다

결국 죽게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시즌 1에서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이라면

시즌2에서는 본격적으로 군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즌2는 1에 비해서 더 장르적인 분위기가 짙어져서 어둡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부하의 불복종에 책임을 지고 죄를 뒤집어쓰는 상관이 등장하고,

이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DP들.

혹자는 시즌1은 현실적이고, 시즌2는 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잘못에 책임을 지는 상관을 만나기가 어려우니 하는 말일 것이다. 

 

 

 

 

요즘 20대의 고민과 갈등을 들여다보는 영화

 

젊은 층들의 이야기 속에 요즘 사회의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 점들이

무척 진지하고 재미있었다.

(재미라고 하기에는 당사자들은 큰 아픔이 될 것이기에 이 단어를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우리 나라가 모병제가 아니어서 모든 남자청년들이 공감하고,

공감해갈 이야기가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정해인과 구교환이 그려낸 인간성 덕분에)

그려진 군대이야기가 새롭고, 신선하다.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먼 곳처럼 여겨지는 군대라는 특별공간에서

현대 사회에 팽배해 있는 폭력, 불평등, 소외의 문제를 잘 버무려 내어 

20대들이 하고 있는 생각과 문제들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집단적 히어로의 등장을 꿈꾸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이 가진 폭력성과 견고함을 

한 개인이 무너뜨리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환상이겠지만,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리만족과 그런 사회와 정의를 바라는 대중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히어로같은 개인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히어로가 개인이 아닌 단체나 집단, 그룹이 되길.

그래서 그 목소리가 더 크고 높고 의식적이길 바래본다.